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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품을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의도한 어떠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결국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제품의 기능이고, 이 기능을 구현한 기술이 바로 경쟁력이 된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 기술의 발달은 곧 좋은 제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고 핸드폰, 컴퓨터는 물론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테크놀로지 제품들은 더 나은 기술과 기능으로 무장하여 시장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제품은 많은 기능과 최신의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리고 이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사용자의 필요성으로 시작한 제품은 결국 공급자가 제공해주는 기술로 수렴되어 버린 이 이야기는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이상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 이상함을 얘기하는 가운데 UX라고 하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 UX는 갑자기 생겨난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UX에 대한 얘기를 하게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은 아무래도 아이폰이 가져다 준 변화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에 적용된 UI는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동작을 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부터 그러하다. 우리에게 페이지를 넘기기 위한 동작 중 가장 익숙한 것은 책장을 넘기는 동작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듯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이폰의 동작방식이다. 아이폰은 어쩌면 당연시 되었어야 할 이러한 동작들로 대부분의 동작이 가능하다.


이러한 UX의 특징을 한 마디로 하면 ‘느끼지 못함’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의 동작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사용자의 주의나 생각이 개입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다시 말하면 사용자와 기기의 기능이 밀접해 진 것이고, 결국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터페이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고도 할 수 있겠다. 원래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사용자와 기기와의 접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사용자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기기에 전달하고, 기기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능의 결과를 사용자에게 돌려준다. 그러므로 기기에 있어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중요할 수 밖에 없고 좋은 UI, UX는 이 인터페이스에 많은 부분 의지하게 된다.

아이폰은 마치 인터페이스가 없는 것 처럼 동작하고, 이것이 좋은 UX라고 한다면 결국 좋은 UX는 인터페이스를 느끼지 못하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풀어서 생각해 보면 사용자가 의도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기기를 조작했을 때 기기를 조작하는 것이 인식된다면 그것은 좋은 UX, UI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아이폰을 사용하고 나서 집에서 컴퓨터 보다 아이폰으로 간단한 검색을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웹을 통해 간단한 사실을 검색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 컴퓨터를 켜게 되는 작업은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사실 3분 남짓한 시간이 짦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의도한 바를 결심하고 행동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3분은 굉장히 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웹으로의 접근 시간이 짧은 아이폰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에 들어왔을 때 한국 회사에서 출시했던 스마트폰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다 막강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광고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무리 좋은 곳이 있더라도 비포장 도로를 통해 멀리 돌아가는 것과 다소 좋은 곳이지만 가깝고 잘 닦여진 길을 통해 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비포장도로라도 좋은 곳이라면 한 번은 갈 수 있지만 그 곳을 매일 가는 것은 꺼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던 것이다.

Technology라고 하는 것은 기술을 의미하지만 이를 기반으로한 제품의 경우 기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기술의 경연장이 되면 그것은 그저 기술 덩어리일 뿐이다. 테크놀로지 기기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주는 효과로 그 의미를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기술 사이에 있는 인터페이스를 거의 없는 단계로 만들어야 한다. 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기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주는 기능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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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nalm.info/ BlogIcon nalm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도의 기술은 배경 뒤로 숨는다."는 Mark Weiser의 말이 떠오릅니다. 오늘 글도 잘 봤습니다... 2010.03.29 18:3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그 말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3.29 18:3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emix2.textcube.com BlogIcon semix2 정말 공감합니다. 윗 분의 댓글도 참 인상적이네요. 제 여자친구가 할머니께 사진을 보여드린다고 띄워 드렸더니 몇 분 후 알아서 다음 사진을 보고 확대/축소도 했다고 하더군요.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지만, 사실 그런 것이 또 가장 어려울 것 같습니다. ^^ 2010.03.30 14: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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