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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시는 분이 TED동영상 하나를 소개해 주셨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가 TED에서 강연한 것으로 제목은 “창의성의 양육”이었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고 또 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열정적으로,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은 그녀의 강연은 큰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 강연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전에 낸 자신의 베스트셀러를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앞으로 또 그런 것을 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대부분이었고 이것은 자신이 작가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 였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최고의 작품을 내더라도 그 작품에 버금가는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의 근원이며 그것은 결국 자신을 망치게 만든다고 한다.

그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창의성이라는 재능을 바라보는 잊혀진 시각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이스, 로마 시대에서는 창의성이란 개인의 능력이 아닌 외부에서 전달되는 어떤 힘으로 생각되었고 이 힘을 ‘디먼’ 혹은 ‘지니어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천재를 의미하는 지니어스는 원래 능력을 타고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창의성을 전달해 주는 어떤 신성한 힘이었던 것이다.

작품을 내는 사람과 그 능력을 동일시 하지 않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 아이디어를 들으면서 머리속에는 요전에 열반하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떠올랐다. (이 생각도 아마 내 주변의 디먼, 지니어스가 불어 넣어주었을 것이다. ^^) 내가 읽고 이해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집착에서 자유로와지는 것이었다. 법정 스님은 모든 것에서 집착을 버리라는 의미에서 무소유를 말씀하셨다면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방법을 얘기해 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창의성과 창의적인 사람을 동일시 하지 않는, 그 유용하지만 잊혀졌던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어둠에서 구원해 줄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오래되어 잊혀진 시각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시각을 받아들인 순간 많은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다. (지니어스 만세!!!)

나는 집착을 버림으로써 창작의 버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창의성에 대해 고마운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지니어스가 창의성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지니어스의 몫이다. 그러므로 창의성이 나에게 온 것은 감사할 일이다. 아이디어는 짜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비한다면 이런 감사함은 창의적인 작업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나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 상대적으로 아이디어를 적게 내는 사람들의 경우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어쩌다 나온 자신의 아이디어가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믿는 경우이다. 이것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걷는 것은 하나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돌 즈음 되는 아기가 첫걸음을 딛는 것은 대단한 일일 수 있다. 같은 한 걸음이라도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내용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대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하게 느끼는 것은 자기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내었기 때문이다. 지니어스가 주는 아이디어라 생각해 보자. 가끔 주기 때문에 나름 귀할 수는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어떤지는 한 걸음 뒤에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항상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자신이 이 아이디어로 평가받게 됨을 두려워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확률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 경우도 자신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체화 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자신과 아이디어를 분리시켜 생각해 보라. 만약 자신이 초라하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도 남에게 얘기할 수 있다. 뭐 어떤가 지니어스가 좀 신경 덜 써주었을 뿐인데..

이러한 생각은 창의성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디어의 새싹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너무 대단하게 평가해서 물을 많이 줘도 뿌리가 썩고 너무 초라하다고 해서 물을 조금 주어도 말라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디어 재배에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점점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기가 힘들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창의성 농장은 문을 닫게 된다. 반대로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는데 까지 키우는 것에 재미가 붙으면 창의성 농장은 점점 부유해 진다.

글을 쓰건, 춤을 추건, 조각을 하건, 코딩을 하건 상관없이 무언가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말대로 그저 묵묵히 하면 된다. 글을 쓰는 작업, 춤을 추는 몸사위, 조각을 위한 망치질, 코딩을 위한 클릭 모두가 자신이 그 작업 자체를 원해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지니어스를 반가이 맞아들이자. 오면 고마운 것이고 만약 오지 않으면 더 열심히 작업하자. 오던지 말던지 신경쓰지 말자. 어차피 우리는 기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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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emix2.textcube.com BlogIcon semix2 집착이라는 관점으로 보니 정말 무소유와 많이 겹쳐집니다. 창의라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빵빵 터질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고된 정신적 노동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이 글엔 트랙백이 달리지 않네요, 예전엔 과학과 상식이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창의력과 상상력 얼추 비슷하게 비추어지는 것 같아서요) 2010.03.30 14:3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답글 감사합니다. 블로그 기본 설정이 트랙백 하지 않음으로 되어 있는데 항상 까먹고 선택을 못합니다. 방금 풀어놓았습니다. 2010.03.30 14:4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ongkang.tistory.com BlogIcon 구월산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무소유와 창의성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도 충분히 공감되고 TED에서 길버트의 Genius에 대한 언급은 아주 신선하네요. 2010.03.30 2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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