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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우리 회사에서 퀴즈가 하나 돌아다녔다. 요약하면 자신이 중요한 직책을 맡았을 때 성공하기 위한 전략을 물어보는 그런 문제였다. 하루 이틀쯤 지나 그 문제의 답이 공개되었는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에 보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묻고 있는 것은 경영에 있어 중요한 것이 인재냐 아니면 협업이냐 하는 데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문제를 꼼꼼히 읽어 보는 편이라서 몇개의 단어와 상황들로 문제의 의도를 오해했다. 그래서 이 구도를 파악해 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공개된 답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상사에 보고’라는 단어를 ‘스토리의 공유’라고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이는 또 하나의 틀을 깨는 단서가 되었다.

문득 15년 쯤 전에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200년이 넘는 영국의 베어링 은행이 1달러에 ING에 매각되었던 사건이다. 이 역사적인 기업이 이렇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닉 리슨이라는 단 한명의 젋은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베어링 은행은 90년대 아시아 시장이 팽창하자 닉 리슨이라는 인재를 발탁하여 투입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부하직원이 저지른 작은 실수가 자신의 입지를 곤란하게 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본사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에러계좌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는 실수가 생기면 이 에러계좌를 활용하였고 닉 리슨이 28살 때에는 14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베어링 은행에 안겨주었다고 한다. 결국 1995년 2월 베어링 은행은 파산하고 만다.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거대 금융회사가 한 20대 젊은이에 의해 파산했다는 사실은 사실 믿기 힘들다. 그런데 이 믿을 수 없는 일은 이 회사는 자신을 먹여살려줄 단 한명의 인재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도 암묵적인 공범자라고 생각되며 이렇게 한 사람의 전횡이 가능하게 되었던 이 회사 문화가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도 편하게 인재 타령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재 없는 회사는 없고, 망하는 회사에 인재는 차고 넘친다. 엔론도 그랬고 니먼 브러더스도 그랬다. 인재가 성공의 보증 수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많은 인재가 각축하는 기업에서 성공을 향해 갈 수 있게 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협업과 공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협업과 공유라는 것은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하라는 식으로 요즘 기업경영 등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나오는 말이라서 식상하게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흔히 기업에서 말하는 협업과 공유의 대상은 업무나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이 정보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의 접합을 이리 저리 붙여보려고 궁리를 했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던 나로서는 협업과 공유를 Web2.0도구에 담는다는 생각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협업과 공유의 대상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니 서광이 비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내 상사 분 중 하나는 항상 “차 한 잔 할까?”하며 잡담시간을 만들곤 했다. 처음에는 담배피는 상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업무인가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지위가 올라가고 밑에 팀원들이 생기고 하면서 그 차 한 잔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차 한 잔 하면서 그 분은 업무와 상관은 있지만 업무가 아닌 그런 주변 이야기를 물어보셨던 것이다.

우리가 업무상에서 결과물을 내기까지 무수한 과정에 해당하는 시간들이 있다. 이 결과물은 과정의 산물인 셈인데 기업에서는 보통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무슨 결과가 나왔느냐 보다 어떻게 이 결과가 나왔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인재 관리이며 성과관리이기 때문이다.



차 한 잔의 의미는 바로 스토리의 공유라는 것에 있었다. 차 한 잔의 시간을 통해 과정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과정상의 오류를 잡아내거나 문제점을 미리 알아낼 수 있었다. 차 한 잔의 시간 동안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회사가 돌아가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고 부하직원은 상사에게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진행사항과 어려움, 문제점을 화제로 삼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이 지난 후 서로가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거나 방향의 수정이 이루어졌다. 또한 이러한 스토리의 공유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끼리 상하 좌우, 방사형으로 이루어졌다. 모두들 비슷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사방으로 흐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편안한 자리에서 자신의 업무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협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나의 회사는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소수의 대면에 의한 차 한잔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인원이 많아지면 상사는 아마 차 중독이 되지 않을까? 약간 규모만 커져도 이러한 정보 공유는 힘이 들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많아질 수록 커뮤니케이션 질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트위터나 야머같은 SNS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트위터는 너무 개방이 되어 있어서 소재의 제한이 생길 수 있고 야머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흘러다니게 하고 여기에 가끔 대화에 참가하는 식으로 차 한 잔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미없는 업무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툴들은 기업내에 많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과정의 정보는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이 과정의 정보야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원할하게 하는 윤활유이면서 어떻게 보면 인간 사회의 핵심 메세지가 들어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기업 SNS의 활용은 공유의 대상을 바꿈으로서 활성화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SNS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도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에 들어가야 한다. 수렵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곡괭이를 주면 이것이 사냥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베어링 은행이 만약 실수를 용인하고 이 실수는 고용한 사람의 몫이라는 문화가 있었다면 닉 리슨은 그렇게 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단 자신이 위험이나 실수를 얘기하여 상사가 인지하게 되면 그 문제는 상사와 그 사람들의 것으로 확산되어 같이 대처하는 따뜻하면서 합리적인 문화가 있었다면 과오를 숨겨 곪아 터지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썼다면 무조건 믿으라”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은 스토리의 공유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기본 문화를 잘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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