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T Trends

IT와 정치적 이해관계

novathinker 2010.04.27 05:56

요즘 한국의 IT의 발전을 위해 동분 서주 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약간의 허탈을 느끼고 계신 것 같다. 그것은 공인인증서 같이 10년 동안 자신들이 주장해도 안되던 IT환경의 개방을 아이폰이 들어와서 한방에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아이폰이 했건 10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건 중요한 것은 IT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면 그만 아니겠느냐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환경은 좀 더 나아지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다.

미루어 보면 이러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공인인증서도 그렇고 아이폰도 그렇고 지금 말이 많은 아이패드도 그러하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변화를 이루어 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한숨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결정되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나보다 하고 치부해 버리곤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그리고 상황이 급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도 알지 못했던 것을 트위터로 인연을 맺은 김우재 박사님(@heterosis)을 통해 과학기술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었던 한국의 과학사의 어두운 일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김근배 교수의 ‘과학기술입국의 해부도’ 라는 논문도 김우재 박사님을 통해 제공받고 이에 대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 글들을 통해 한국의 IT가 왜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반복하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김근배 교수는 한국의 과학 기술 정책이 박정희 시대에 그 원형질이 결정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글을 정리한 김우재 박사님의 글을 잠시 인용해 보자.

"박정희 시대는 한마디로 '정치권력의 전성기'였다. 김근배에 따르면, 박정희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과학기술 제도(과학기술의 내적 측면), 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결, 대중의 과학기술적 동원(과학기술의 외적 측면) 등의 한가운데 정치권력이 웅크리고 있었"으며, 당시의 정치권력은 "과학기술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뇌이자 과학기술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을 독특하게 연결하는 신경망"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과학은 경제적으로 번역되었다.

초창기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대부분의 과학기술정책은 이승만 정권의 것을 계승한 것이었다. 1965년까지 박정희의 연설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당시 박정희 최대의 관심사는 경제발전이었다. 과학기술에 관한 5개년 계획은 '기술진흥5개년계획'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과학'은 경제적 유용성이 없는 순수학문분야로 여겨졌다. 애초에 박정희의 관심사는 '과학기술'이 아니었다. 경제적 유용성과 맞닿아 있는 '기술개발'이 정부의 최대현안이었을 뿐이다."

또한 김근배 교수는 글의 말미를 이렇게 장식한다.

"과학기술은 정치적 종속 아래 특정 방향의 성장을 도모했지만, 그것은 시대상황이 바뀔 때 정치적, 과학적 타격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이렇듯 박정희 시대이 과학기술과 정치권력의 동거는 화려하고 생산적인 듯 했지만, 그 이면은 음산하고 위험스런 ‘야누스의 얼굴’과 닮은 점이 있었다."

정치는 한정된 리소스를 배분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기억 난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한정된 리소스를 어느 정도 할당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권력의 강화를 위해 이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는 의도의 불순함이 한국의 과학 기술의 씨앗 속에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한국의 과학 기술은 성과 위주로 흐를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초 과학 보다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응용 기술 쪽으로의 기울게 된 것이다.

IT분야는 이러한 한국의 정치 과학의 지형에서 큰 수혜를 받은 측면이 있다. IT 기술은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과학 기술 분야라 할 수 있다. 한국이 한 때 IT강국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도 국가적인 리소스를 초고속 인터넷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 과학 기술의 정책이 앞서 말한 그러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정치적 고려가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방향은 요즈음에 와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정치 권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IT 정책을 위해서는 행정이나 최고 통치자 뿐만이 아니라 정당, 기업, 기타 정부 기관과 같은 집단들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IT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 못지 않게 IT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진 만큼 이곳의 이해관계는 점점 복잡해 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아이폰이 변화시킨 세상도 이러한 이해관계속에서 생각해 볼 수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폰은 들어왔고 또 이것으로 여러 이슈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박정희 시대에 과학기술이 정치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었던 것 처럼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이슈에서 개방, 발전적 측면으로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케네디가 아폴로를 달에 보낸 사건이 한국에서 우주 과학의 꿈을 유포시키고 정치 권력이 이에 대한 정치적 이득을 얻었던 경험에 비추어 애플이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고 이를 통한 많은 경제적인 신호들을 그대로 한국에 이전시키려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 만들기, 스마트폰 편향의 정책들은 세계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한국형 닌텐도와 같은 사건이 잘 말해주고 있다.

지금 아이패드의 국내 반입제한 조치로 말이 많다. 스마트폰의 발전이나 한국형 스티브 잡스 등의 일련의 정책과는 상이한 방향의 이 조치는 국가가 정말로 IT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론 형성이 된 IT사건을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IT발전을 위해서는 이 기기들이 빨리 들어와 세계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한 달 쯤 지나면 이제 선거가 시작된다. IT 뿐만이 아니라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정계, 관계로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성과는 있었지만 첫 단추가 그렇게 올바른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보다 의식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아 우리 국민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과학 기술 IT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