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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s

레티나 디스플레이, Face Time

novathinker 2010.06.14 14:49

나는 작은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 작은 것은 철학이나 비전과 같은 큰 생각에서 빚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번 애플의 iPhone 4의 발표를 보고 이러한 차이가 다시금 느껴졌다.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다는 잡스의 말은 유명하다. 그만큼 또 많은 사람들이 뇌까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의미이다. 기술을 기술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일부로 녹여 놓겠다는 그들의 철학을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또 한가지 애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애플은 별 것 아닌 것도 참 있어보이게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사실 IT를 컴퓨터를 이용해 돈을 버는 업종 중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 시장에서 이 정도의 카피라도 쓸 수 있다면 대단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내가 애플을 인정하는 이유는 이 화려한 카피가 그저 말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결과물은 정말로 인문학으로 기술을 잘 포장하고 있다. iPhone 4에서도 이러한 예를 여실히 볼 수있다. 잡스가 iPhone 4의 특장점으로 내세운 중에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페이스 타임이라는 것이 이들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망막 화면 정도 된다. 이것은 iPhone 4에서 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기능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에겐 이 선명한 화면을 상징하는 단어가 있었다. 한 때 손담비가 몰래, 몰래 하던 AMOLED가 바로 그것이다. AMOLED는 사실 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브랜드화 한 것이다. 삼성은 자신들이 디스플레이에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사용한 핸드폰은 뛰어난 화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필할 목적으로 이 해괴한 이름으로 마케팅을 주도했던 것이다.

반면 iPhone 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눈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선명함을 준다는 의미만을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실제와 같은 화면일 것이라는 느낌만을 전달하고자 했을 뿐이다. 사실 어려운 기술을 일반인에게 설명해도 결국 받아들이는 것은 더 선명하다는 것 정도일 뿐이다. AMOLED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를 추론하여 더 좋다는 생각을 끌어 내야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희한한 뜻도 통하지 않는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화면을 보나 눈으로 보나 비슷한가보다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 다른 기능으로는 페이스 타임이 있다. 이것은 정말 별 것 아니다. 핸드폰 전면에 카메라를 달아 놓았을 뿐이다. 기술의 관점에서는 신 기능으로 내밀기도 힘든 이것을 애플은 페이스 타임이라는 말로 바꾸어 놓았다. 대면하는 시간, 카메라를 달아 놓으면 사람들끼리 통화하는 시간은 이제 대면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전면 카메라는 사실 내가 5년전에 쓰던 핸드폰에도 달려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의 이름은 전면패널 카메라 채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화상 전화도 또한 진부한 기술일 따름이다.

전면 카메라, 화상 전화를 기술이나 장치로 해석한 경우 기술 발전에 대한 인지외에는 사실 아무런 감흥이 없다. 하지만 이를 대면하는 시간이라고 할 경우 기술은 보이지 않지만 무엇을 해야할 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거기에 애플이 제공하는 동영상까지 오버랩 된다면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을 내세우는 것과 기술이 삶에 접목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은 이러한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IT 조직에 있으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인간에 대한 이해였다. 사람들은 UX나 사용자 친화를 얘기하면서 자신들이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을 인간의 전체로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내가 겪은 상황을 한국의 IT의 문제라고 얘기할 수 없다. 내가 몸담았던 조직의 특수성도 잘 알고 있고 그 사람들의 캐릭터도 오랜 기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과 기술의 접합을 한답시고 뒤늦게 인문학 서적을 뒤져 철학자들의 이름을 뇌까린다 하여 인문의 시각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문이라는 것은 자격이나 아이템이 아니라서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간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행복하게 모여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잡스가 얘기했다고 해서 그리고 트렌드라고 생각해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항상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고 남을 이해하고 선각자들의 생각들을 받아들이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도리를 찾아나가면 인문은 자연스레 몸에 스미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가운데 자신들이 하는 비즈니스가 단지 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세상에 어떠한 가치를 주는 지를 고민한다면 기술은 자연스럽게 인문의 옷을 걸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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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aikoo.net BlogIcon 사시미 작은 차이를 보잘 것 없다 여기지 않고 발견하고 분석해내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삭막한 현실이지만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010.08.04 17:3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ㄴㅁㅇㄻㄴㄻㄴㅇㄹ.ㄴㄹㅇ BlogIcon 인리 정말 좋은 글입니다.
    '인문학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세상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가치를 기술로 구현한다'는 것만 생각했었는데요, 필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술을 인문학으로 포장한다'는 점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마켓 2.0과 3.0 의 차이를 구분짓는 점이 될 수도 있겠군요. 정말 똑같은 세상일지라도 다양한 관점을 갖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0.10.15 09:0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저도 감사드립니다. ^^ 2010.10.15 09: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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