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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중소기업 발전, 대기업과의 상생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도 이슈도 다양하다. 이해관계도 덩굴나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론으로 단순하게 말하기도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 애플과 시장을 점차 잃고 있는 기존의 핸드폰 업계와의 비즈니스의 모델의 상이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한 몫 거들고 있는 듯 하다.

삼성, 노키아, 모토롤라와 같은 기존 휴대폰의 메이저회사들은 자신들이 하드웨어를 만드는 동시에, 소프트웨어까지 같이 공급하고 있고 부품 및 인력을 공급하는 회사들 위에 군림하는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 디바이스의 설계와 판매만 맡을 뿐 응용 소프트웨어는 앱스토어를 열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개방하였고 디바이스의 제조사나 부품회사와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지니고 있는 수평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삼성 뿐 아니라 애플에도 납품을 한 이력을 지닌 부품 조달 업체의 사례까지 곁들여져 기존 대기업을 질타하고 애플의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소기업, 대기업 상생 논쟁의 골자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cribd.com/doc/34685448/제3회-조경인사이트포럼-발표자료집 , http://www.flickr.com/photos/32137650@N06/3844772901/ ]

그런데 요전에 참가한 태블릿 포럼에서 상생의 좋은 모델을 접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ARM으로 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기기의 CPU를 설계하는 회사이다. 사실 CPU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여 그간 ARM은 그저 Intel, AMD등의 거대 CPU 회사사이에서 모바일이란 틈새를 메우고 있는 회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ARM이란 회사의 정보를 들으면서 이들이야 말로 미래의 챔피언에 가장 가까운 회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RM은 모바일에 유리한 저전력, 고출력을 낼 수 있는 CPU를 설계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기존 칩회사들 처럼 공장을 갖추어 자사의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그저 설계를 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할 뿐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문형으로 생산을 한다. 이들의 가장 큰 수익모델은 이 생산된 물리적인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애플에서 아이패드를 내어 놓을 때 A4칩을 직접 생산해서 탑재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것도 ARM Core를 사용한 것이었다. ARM에서 라이센스를 구매하여 이 기술로 칩을 제조한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 있는 태블릿, 스마트폰, 게임기 등 들고 다닐 수 있는 전자제품 대부분에는 이 ARM의 기술이 사용되어 있다. 닌텐도 DS뿐만 아니라 USB 메모리에도 이 ARM Core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하니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이미 상당한 넓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태블릿 시장이 열리게 되면 안드로이드, 윈도우 모바일 할 것 없이 ARM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ARM은 이 시장을 독식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이들은 ARM Core의 수준을 높여나갈 것이고 꾸준히 라이센스를 판매하여 자신의 협력업체들에게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협력업체들은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 없이 이 라이센스 만으로 자신들의 독창적인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디바이스가 많이 보급될 것이고 이 수혜는 ARM까지 돌아간다. ARM은 생산, 유통의 위험 부담 없이 전세계의 많은 벤더과 상생을 통해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ARM의 소개도 소개였지만 이날 트위터 친구인 @onpick 님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은 유아들의 아이돌인 뽀로로를 제작한 아이코닉스에 몸 담고 계시는데 이 분을 통해서 이런 상생의 모델을 듣게 되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뽀로로는 만화영화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냥 만화영화 캐릭터가 아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뽀로로는 TV는 물론 아이들이 구매할 만한 모든 물건에 등장하게 되었다.

@onpick 님과 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려운 상태에 있던 돗자리 회사가 뽀로로 캐릭터 상품으로 기사회생했다는 얘기였다. 말씀하시는 폼으로 보아 내부적으로도 스토리텔링이 진행된 소재임을 그 분의 뿌듯함이 배어있는 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뽀로로 산업의 한 가운데는 역시 뽀로로라는 캐릭터와 상생하는 여러 제조업체가 있었기에 나는 주저없이 이것도 하나의 플랫폼 사업이라 얘기할 수 있었다.

아이코닉스는 뽀로로의 사용권과 이미지를 제공하고 벤더들은 이 이미지를 가지고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수익을 많이 얻을 수록 이 수혜는 아이코닉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비즈니스 패턴은 ARM와 뽀로로가 모두 동일하게 맞아 떨어진다. ARM과 뽀로로 모두 자신들의 핵심 부분은 라이센스판매로 돌려 파이를 키워 다 같이 나눠 먹는다. 한 마디로 ARM Core와 뽀로로를 중심으로 한 각각의 생태계(Eco System)이고 상생의 모델이다. 라이센스를 사서 잘 만들고 잘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만으로도 여러 생산라인과 판매, 유통, 마케팅 라인을 같이 가지고 가는 이러한 모델에서 라이센스를 구매하여 생산을 담당하는 회사는 B2B로는 고객이기 때문에 위계적인 상하관계가 비집고 들어가기는 힘이든다.

만약 ARM이 칩의 설계 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마케팅을 전담하고 필요한 모든 종류의 칩을 독자 생산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아이코닉스가 뽀로로가 박힌 캐릭터 제품, 돗자리, 장난감, 식품, 학용품 등등을 모두 자체 생산 혹은 하청 생산하여 독자적으로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역량에 집중하지도 못한채 생산, 판매의 피로감에 허덕일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생산, 유통 까지 포함하여 비대해 지는 것 보다는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한 에코 시스템이 가장 적절한 모델이 아닐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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