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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울은 변화로 가득차 있다. 평소에는 졸졸졸 경쾌한 소리를 내며 아무 일 없는 듯 흐르고 있지만 짧은 소나기에도 이 개울은 여지없이 물이 불어 사납게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러다 얼마 지나 날이 개이면 이 개울은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이전으로 돌아간다. 인간에게 이 개울은 날씨에 민감한 자연의 일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사는 작은 물고기들의 입장이 되면 이 변화로 가득찬 개울은 지옥과 천당을 수시로 오가는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휴가때 잠시 들른 그 계곡에는 이런 물고기들이 있었다. 휴가의 마지막을 계곡에서 보내기로 한 우리 가족은 도착하자 마자 물속에 뛰어 들었고 분명히 물속에서 사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보았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물고기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스트레스였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 비가 올까 우물쭈물 하던 하늘은 급기야 비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나운 장대비는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 물은 엄청나게 불어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겁을 집어 먹을 정도로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날씨에 대해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휴가는 끝이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치열한 고민을 하겠노라며 떠난 휴가였지만 아직 그 고민은 나름대로 자가생식을 하고 있었고 스트레스와 다독임이 순환하는 하루 하루 속에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고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이번 주말에 큰 비가 내리게 되었다. 마치 창문에 호수로 물을 뿌린 것 처럼 퍼붓는 비를 보면서 문득 그 계곡의 그 물고기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세찬 물살에 여리고 여린 그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 졌다.
"물에 다 떠내려 갔겠지 뭐" 시큰둥한 와이프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자 마음 속에서는 아니라며 되받아 쳤고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봤음 직한 영상을 머리 속에 그려주었다. 그 그림 속에는 작은 고기가 있었고 그 물고기들은 물이 흐르는 방향과 반대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흔들며 가만히 그 자리에 정지해 있었다. 그 물고기들은 자신을 온전히 맡기되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잃지 않고 있었다.
큰 비가 와서 물이 아무리 세차게 흘러도 그들은 그렇게 물의 흐름에 몸을 내 맡기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를 반문해 보았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중심을 잃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리고 바람이 불어도 그냥 하나의 자세만을 고집하고 맞서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덜 힘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물고기였다면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니 금세 휩쓸려 갔을 것이고 밀려내려가면서도 악을 쓰며 내 자리를 찾아 가는 그렇게 힘든 여정을 반복하고 있지 않았을까?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의 삶은 원래 그렇게 힘겨운 것이며 자신을 세우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항하지 말고 변화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 보다. 인생은 원래 힘든 것인데 힘들지 않게 살려고 바둥거리던 내 모습,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그저 장미빛 꽃밭에서 느슨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는 착각, 그리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면서도 정작 변화에 맞서려는 자세들.. 그것들 하나하나가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쏟아졌다.
이 와중에 우연한 기회로 내 근 10년을 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회과학도인 내가 IT바닥에 투신하게 된 계기나 지금 나의 경력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해냈던 과거의 밑바닥에는 밥만 있었던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물론 밥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도 중요하다.
지금은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밥도 생각나고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안락함 마저.. 그런데 밥과 시선, 평판, 그리고 편안함을 생각할 수록 점점 인생은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사는 것이란 쉬운 것도 그리고 남에게 칭찬만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인생은 원래 힘들고 좋은 소리 못듣는 것이 디폴트인 셈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나 보다.
게다가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이 힘든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힘든 인생 힘들다고 불평만 늘어 놓을 수는 없다. 사실 그럴 틈도 없다. 인생은 너무도 짧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보면서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그렇게 겨우 제자리에 있게 된다면 성공이다. 잠시 날씨가 개어 물이 잔잔해지면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 변화에 순응하며 체력을 아끼고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이 쿵쾅소리를 내며 알려주는 그것을 향해 항상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생은 힘들고 좋은 소리 못듣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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