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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SNS로 인해 우리 IT업계도 창업의 붐이 일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어떤 서비스가 성공하고 어떤 서비스가 성공의 문턱에 다다르지 못하게 되는지 부쩍 관심이 늘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은 “좋은 아이디어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였다. 이러한 생각의 연원은 아마도 군대 있을 때 감명깊게 읽었던 구로자와 아키라라는 일본 감독의 자서전 때문일지도 모른다.

구로자와 아키라는 스필버그 등의 명감독이 자신들의 스승임을 자처하는 그러한 인물로 일본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감독이다. 옛날 감독이라 그의 영화는 몇 편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강렬한 스타일은 잊을 수가 없다. 감독이기도 했지만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구로자와 아키라는 매일 하루에 한장이라도 시나리오를 집필하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지금 내가 트위터에서 #책쓴당_ 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이러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의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은 것은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는 나올 수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에서 결코 좋은 영화는 나올 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어느 틈에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나보다. 영화와 관계없는 소셜 서비스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도 이러한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시 말해 “좋은 아이디어에서 성공하는 서비스는 나올 수 있어도, 나쁜 아이디어에서 결코 성공하는 서비스는 나올 수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현재 성공하고 있는 그리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서비스들을 보면서 다시 재평가중에 있다. 그 이유는 잠재적인 두 가지 가정 때문이었다. 하나는 좋은 아이디어에서 성공하는 서비스가 나오긴 해도 드물 것이다라는 가정과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는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여러 서비스들을 관찰해 보고 직접 서비스를 기획해 보기도 하니 이러한 가정이 그리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가정인 좋은 아이디어에서 성공하는 서비스가 드물게 나온다는 가정은 거의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성공 아이템이 있으면 이를 모방하는 무수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여기서 처음에 성공을 거둔 서비스를 능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의 Groupon서비스는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역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모방한 티켓 몬스터도 런칭하자마자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렇다면 다른 Groupon류의 서비스들은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분석이지만 티켓 몬스터의 사업모델은 Groupon과 유사하지만 마케팅 전략은 Facebook을 따라했다는 생각이든다. Facebook이 하버드의 신입생에게 주어진 프로필소개서 같은 것으로 알려진 것 처럼 티켓 몬스터는 미국의 유수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한국의 인재들이 만든 회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벌, 경력 위주의 마케팅이 생소한 소셜 쇼핑 등과 더불어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전략을 제대로 먹힌 셈이고 그들의 빠른 성공에 일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아이템과 마케팅을 동일하게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티켓몬스터의 아류로 포지셔닝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마디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충실히 따르기만 해서는 성공하기는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유일한 경우 성공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좋지만 차별성이 없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첨가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 결론이다.

두번째 가정인 아이디어는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가정이다. 사실 세상에는 흑백 논리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비즈니스 아이디어, 아이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실 좋다 나쁘다 보다는 기발하다 혹은 황당할 정도다에서 평범하다 정도의 스펙트럼이 있고 아이디어는 이 어딘가에 있으며 성공한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오히려 평범한 쪽에 많이 몰려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기발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평범하다해서 나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 가정은 그저 선입견에 불과한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등의 성공하고 있거나 성공했던 서비스들을 살펴 보면 그렇게 기발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물론 세세하게 뜯어보면 독창적이고 기발한 것은 계속 튀어나오지만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보면 세상에 아주 없던 것을 만들어 낸 정도는 아니라 생각된다. 이들의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아이디어 보다 오히려 그 이상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우리가 성공한 비즈니스로 평가하는 이러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특출난 기술이나 엄청나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이 서비스들은 세상에 나타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을 거두기 까지 많은 워밍업 시간이 필요했고 위기도 많이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운영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이것이 대중의 선택을 받아 성공할 수 있도록 가꾸고 다듬고 변형하는 각고의 시간을 무난하게 잘 견뎌왔던 것이다. 이것 바로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이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어 놓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고객들과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면서 작은 개혁을 스스로 해냈던 것이 성공으로 가는 그들의 유일한 길로 생각된다. 이제 무조건 성공하는 비즈니스 아이템이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할 차례이다.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이고 서비스는 서비스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다. 아이디어가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만으로 성공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성공할 확률은 평범한 아이디어 보다는 조금 높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 아이디어를 사용자, 고객과 함께 얼마나 잘 가꿔나가느냐가 바로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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