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셜노믹스 6장을 보면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다중인격장애 행동을 완화시킨다고 쓰여져 있다. 우선 현대 사회가 다중인격장애 세상이라고 선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이 X세대 또는 그보다 더 나이 든 세대라면 다중인격장애 세상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냈을 것이다. 다중인격장애 세상이란 장소나 같이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른 역할이나 성격을 띠는 사회를 뜻한다. 정신분열증 세계를 살아온 사람은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인격, 페르소나(Persona)를 보인다. 대개 직장 안 인격과 직장 밖 인격으로서, 많은 사람이 사회, 직장, 가족, 자선단체 등 경우에 따라 각기 다른 두 개 이상의 인격을 가진다.

그런데 소셜노믹스의 저자인 에릭 퀼먼은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이 다중인격장애 행동을 완화 시킨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소셜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투명성과 속도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자신과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없게 되어 결국 다중 인격 장애 행동이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는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소셜 미디어로 인해 다중인격 장애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보다는 새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PC나 스마트폰을 거쳐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든지 자신의 모습을 제어하면서 보여 줄 수 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을 연출하지 않더라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주시된다는 특성 때문에 평소보다 순화된 모습을 띠게 될 수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또 그 자체가 하나의 행동 양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러한 다중화된 개인성은 커뮤니티의 발전과정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듯 하다. Simmel이라는 사회학자는 전근대사회와 근대 사회의 차이를 커뮤니티 구조의 변화로 보고 있다. 전근대사회의 커뮤니티의 속성은 위계적이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큰 커뮤니티가 있고 그 하위의 커뮤니티가 완벽하게 상위의 커뮤니티에 속하고 그 하위의 커뮤니티는 상위의 커뮤니티에 속하는 동심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위계적인 구조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것이 개인이다. 그래서 전근대적인 사회에서의 개인은 그저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존재이고 그 개인의 정체성도 결국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따라 갈 뿐이다.

근대사회로 이전하면서 커뮤니티는 종속성을 벗어나 다원적인 구조로 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들은 수평적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중첩된다. 여기서 개인은 여러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므로 개인은 이 커뮤니티들의 교집합에 위치하게 된다. 전근대사회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커뮤니티를 변경할 수 없었지만 근대사회에 와서는 자신이 커뮤니티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의 관심의 조합이 정체성이 되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이 속해있는 커뮤니티들을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이러한 상황은 변경되게 된다. 기존의 커뮤니티가 강한 유대감을 가진 끈끈한 관계였다면 새롭게 등장한 형태는 느슨한 관계로 구성된 휴먼 네트워크이다. 이것은 얼핏 보면 기존의 공동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류의 차원에서 볼 때는 기존의 커뮤니티보다 새롭게 등장하게 된 이 느슨한 네트워크에서 훨씬 더 활발한 소통이 벌어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이렇게 새로이 등장한 커뮤니티의 형태를 온라인에 반영함은 물론 이러한 양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개인이라는 인식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개인 보다는 누구의 자손, 어느 문중의 누구 이런 식으로 정체성이 만들어져 그 개인은 자신의 개인성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특성을 따르는 정체성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자신의 페르소나는 집단의 페르소나를 그대로 복제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근대에 와서 비로소 개인이라는 인식이 생겨 자신이 직장과, 학교 등의 소속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이 선택이라는 것이 바로 새로이 등장한 개인, 개인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어느 학교를 나와서 어느 조직을 거쳐 현재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나타내는 개인 프로필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 프로필을 장식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공동의 관심사를 해소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므로 그 커뮤니티 자체의 속성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커뮤니티에 소속된 개인은 커뮤니티의 목적에 맞게 행동하겠다는 당위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근대의 개인은 복수의 커뮤니티에 소속되게 되고 이 커뮤니티마다 목적도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커뮤니티에 맞는 행동 양식, 즉 커뮤니티에 맞는 페르소나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셜노믹스의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가리켜 다중인격장애 세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느슨한 네트워크가 주요한 커뮤니티의 형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인은 그의 말대로 일체화된 페르소나를 가질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느슨한 네트워크인 경우 게다가 PC나 스마트폰을 거쳐야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 충분히 자신의 모습을 여과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과된 모습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자신도 조심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더욱이 모두가 그 사람의 대화를 공유하고 자칫하다가는 엄청나게 확산이 될 수 있고 또 기록이 남게 된다. 결국 그 공간은 보다 부드러운 대화채널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일면일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만들어 가면서 대리만족을 취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이 강화되면 현실과 괴리감이 생겨 가족이나 회사와 같은 강한 관계를 가진 커뮤니티 속의 사람들과의 소통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속에서의 소통을 더 선호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소셜 부작용에 대한 얘기도 가끔씩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것은 이미 진행형인 듯 하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계정이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이 계정을 너무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복수 계정을 만들어 각각의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도 있게 된다. 전근대사회에서 인지되지 않던 개인이 근대를 만나 개인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인성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진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무척 선호하고 이에 대한 가능성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한다. 이것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만병통치약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페르소나를 요구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자신이 페르소나를 선택하여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여러 모습으로 살아야 했고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의 피로감이 해소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안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과 온라인의 장막 속에서 자신이 만든 모습과 혼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많은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맺게 하고 또 관리 비용을 최소화 해주는 잇점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입되는 정보의 질과 양을 보게 되면 정보를 찾아 헤메는 노력을 대폭 경감시켜 준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 소셜 서비스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고 이 얘기는 현실을 완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얘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우리는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경계하는 합리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신고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ahabanya.com BlogIcon mahabanya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의 측면도 있고 좋은 지적을 해 주셨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현실반영' 부분에서는 살짝 이견이 있네요. 전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그냥 그동안 해 왔던 일을 새로운 도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개념으로 보고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현실을 반영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죠^^ 현실에서 뻗어져 나온 가지 하나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뭐 이런 느낌. 지금이야 과도기이고 새로운 도구가 워낙 매력적이라 다들 달려들어서 스스로 머리아파하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나 우려를 가만히 살펴보면 전화, 삐삐, 무선전화, 티비, 인터넷 등이 나왔을 때 그 시대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 사람들의 '소셜' 활동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 슬슬 적당한 선을 찾아갈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요.

    그 와중에 여러 문제점이 생기면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대안 서비스로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ㅋ
    2010.10.14 16:5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소셜 서비스에 꼭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기 보다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성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직 이런 서비스들이 현실에 아주 많이 못미친다는 것도 동감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하반야님 생각처럼 여러 시행착오들도 있겠지만 점차 적정한 선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2010.10.15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ㄴㅁㅇㄻㄴㄻㄴㅇㄹ.ㄴㄹㅇ BlogIcon 인리 음.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경제를 볼 때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이 있듯이 필자께서 지적하신 부분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파악해 나감과 동시에 세상에도 알리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기하는 듯한 행동' 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죠. 위에 마하반야님 생각처럼 제생각에도 소셜넷웍자체에도 확산과 더불어 자체적인 보완역시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있을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시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2010.10.15 08:5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대화 종종 나누었으면 합니다. ^^ 2010.10.15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lan2f.posterous.com/ BlogIcon 김재원 http://www.facebook.com/note.php?note_id=158123500888360&id=1739964849
    오늘 새벽 페이스북 조근주님의 노트에서 이와 비슷한 이슈로 토론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제가 댓글을 달면서 노바씽커님의 이 포스팅을 링크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덧붙여 제가 단 댓글이 이 포스팅의 주제에도 조금 어울릴 것 같아 남겨둡니다.

    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개체이다 보니 그것은 그때 그때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개인의 자아가 굳건하고 강건하다면 어떤 공간에서도 자신의 자아 정체성이 큰 변화가 없을것이고, 유연한 사람이라면 그 공간의 특성이나 구성원들의 전체적인 취향에 맞추어 변화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자아가 너무 약한 사람이나 다중적인 인격을 표출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은 다중성을 뛸 것이구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없는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즐기고 조절하여 자신의 근본적 자아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라는 공간을 통해 늘상 접하는 좁은 현실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자신의 자아가 더욱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도 좋을듯 합니다.
    2010.10.18 10:13 신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