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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는 물리학의 전문지식을 다룬 것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은 물리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겠다는 것이었다. 놀란 감독은 전문지식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터스텔라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본 인터스텔라의 핵심 주제는 ‘잘못된 이유로 좋은 일을 하지말라.’는 쿠퍼의 장인어른신 말씀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온 모든 주역들은 모두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자신들을 구하러 온 동료들의 뒤통수를 과감하게 날린 만 박사 조차도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다.

인류의 미래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남자 어른 브랜드 박사와 머피 쿠퍼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사람은 같은 명제를 가지고 인류를 위해 분전한다. 브랜드 박사는 인류를 구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사실 자신의 딸은 살아남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된 이유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옳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 쿠퍼는 단순히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혼자 남은 머피는 브랜드 박사의 숭고한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인류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아빠 쿠퍼의 사랑을 발견한 머피는 명제를 해결하고 인류를 구원한다. 놀란 감독은 옳은 이유란 자신의 가족,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인터스텔라는 인류가 살아남는 비결은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만 박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끔찍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가혹하게 구는 것이 인간'이라고 일갈한다. 혼자만 살겠다는 아니면 내 가족만 살리겠다는 마음은 잘못된 이유이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런 마음이 동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브랜드 박사와 만 박사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다.

어릴 때 ‘성경을 보기 위해 초를 훔쳐도 좋은가'를 가지고 고민했던 생각이 난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좋은 이유라 하더라도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이다. 좋은 이유로 나쁜 일을 해서도 안되고 나쁜 이유로 좋은 일을 해서도 안되니 결국 세상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좋은 의도로 좋은 일만을 해야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의도로 남는 펜이나 옷을 아프리카에 기부함으로써 좋은 일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이 공짜 펜과 옷 때문에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세상은 어려운 것이다. 물리학 이론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이런 세상의 일일 것이다. 영화에서도 지구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 않는가. 누구도 의심해 보지 못할 정도로 당연한 것도 사실은 틀린 것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놀란은 과학은 모르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내가 본 인터스텔라는 이런 이야기였다. 이 영화에서 나온 물리학 얘기는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놀란 감독에게도 물리학의 이론은 그저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놀란이 물리학에 집착했다면 그런 소재로 이런 감동적인 영화는 만들지 못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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