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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카게무샤는 일본의 전란기인 전국시대(1467~1573)의 마지막 시기인 오다 노부나가와 다케다 신겐 가문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당시 일본 최강이었던 다케다 가쓰요리와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통일의 대업을 이루고자 충돌하게 된다. 이것이 1575년에 벌어진 나가시노 전투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다케다 가문을 제압하게 된다.
 
오다 노부나가는 조총을 중심으로 전술을 구사한 최초의 인물이다. 임진왜란때 우리를 괴롭혔던 조총은 1543년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전해진 포루투갈제 화승총(머스켓 소총)이다. 조총이라는 이름은 하늘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에 조총이 전해진지 30년이 지난 1575년 나가시노에서 3교대 사격이라는 유례없는 조총 전술을 선보이며 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조총이 전해졌을 당시에도 일본은 전란기였기 때문에 기존 무기의 파과력을 능가하는 조총은 각 군벌들이 앞을 다투어 도입한 신무기였다. 그러나 사무라이식 창검위주의 전투 방식에 조총을 가미한 정도였다. 그 이유는 파괴력은 뛰어나지만 단발식인 조총은 재장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병사들은 먼저 총을 쏘고난 후 창과 검을 들고 뛰쳐 나갔던 것이었다. 영화 카게무샤는 이러한 전쟁 방식을 잘 묘사하고 있다. 기존의 전술에 그저 원거리 무기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 신기술을 이용한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명장 오다 노부나가는 조총을 재발견하게 된다. 소총수를 3열 횡대로 배치하여 1열씩 사격을 하여 장전으로 인한 시간적 공백을 최소화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조총은 연발의 효과를 누리게 되여 창과 칼을 들고 달려는 적을 원거리에서 섬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창검위주의 전술을 뛰어넘어 조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술을 만들었고 이로인해 일본의 전쟁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신기술과 이의 재발견 덕분에 일본의 전투는 변하기 시작했다. 조총 전술의 가능성을 눈으로 목격한 일본은 이후 이 3교대 사격법이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20년후 조선은 일본의 조총으로 인해 왕이 피난을 가는 조선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신기술, 재발견, 사용자의 경험으로 이루어 지는 이 패턴은 전쟁의 역사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다 노부나가 이외에도 대포를 재발견하여 유럽을 정복한 나폴레옹도 있었고 기병을 재발견하여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이룬 징기스칸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미 이들이 재발견 하기 이전에 신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화된 것이었지만 기존 패러다임에 억지로 끼워맞추어졌다는 것, 이들은 신기술을 재발견하여 당대의 경쟁자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들의 경험은 보편화되어 뒤를 잇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지금 현재 우리의 주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선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그리고 이 신기술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는 아이폰 이전에도 있어왔던 그런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신기술을 아이폰이라는 것으로 재발견하였고 이후 스마트폰, 앱스토어와 같은 것들은 사용자들의 경험을 통해 스마트폰의 문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가 딱 들어 맞지 않는가?

약간 생뚱 맞긴 하지만 여기서 역사적인 가정 한 가지를 해볼까 한다. 만약 다케다군이 오다 노부나가 보다 사거리가 좀 더 긴총이 있었다면 나가시노 전투의 결과를 바꿀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각처럼 사거리 스펙에서 앞선다하여 오다 노부나가를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싸움은 이전 전투처럼 조총의 성능, 사무라이의 능력이라는 기준이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파괴력이 좋아봐야 한 발이고 사무라이가 일당백이라도 원거리에서 연사하는 조총부대에게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정을 던지는 이유는 아이폰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이 시점에도 위와 같은 오류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제 휴대폰에서의 싸움은 예전과 같지 않다. 다시말해 휴대전화기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스마트 폰의 싸움은 이전과 같이 닫힌 환경에서 하드웨어를 가지고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싸움은 아이폰을 경험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하여 손가락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나 좋은 전화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전화기로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편하게 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변화된 것이다. 다시말해 휴대폰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장면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지금 스마트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저 스마트폰에서만 벌어지고 말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은 어떠한 신기술에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고 혁신을 앞에두고 경쟁하는 모든 후발 주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기술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이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이를 재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할 것이고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릴 수 있다. 또한 누군가가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렸다면 기존의 규칙을 고수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규칙을 답습하고 모방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고 낡은 규칙으로는 이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달라진 세상에 살게 되었다면 그들의 재발견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혁신을 관찰해서 잘 배워야 한다. 그리고 혁신가들을 능가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그들이 놓친 신기술을 재발견하는 것 뿐이다. 그럼 이 경험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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