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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동료에게서 만화의 이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항상 진지한 친구였기에 단순한 만화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게다가 표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다는 그 친구의 말에 솔깃하게도 했다.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고 또 미국 만화는 우리나라에서 헐리웃 영화외에는 접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저자인 스콧 맥클라우드라는 사람은 생소하기만 했다.

  

하지만 작가가 누구든 이 책의 내용은 놀라웠다. 작가가 만화가이다 보니 만화의 형태를 빌었을 뿐 만화에 대한 그의 통찰은 대단했다. 그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만화는 그저 애들의 재밋거리를 넘어 예술의 경지에 까지 다다르는 매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다른 매체들 보다 장르적인 스펙트럼은 훨씬 더 넓은 듯 하였다. 그림과 글을 혼합하고 프레임과 인간의 연상작용까지 더하기 때문에 표현양식으로는 상당히 강력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7장에서 다루고 있는 6단계에 대한 얘기는 항상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평소 독서리뷰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는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6단계 중 1 단계는 발상, 목적이다. 이것은 충동, 사상, 감정, 철학, 작품의 목적... 등 작품의 내용을 형성한다. 2 단계는 형식으로 작품이 취하는 양식이다. 책이냐 백묵그림이냐 의자냐 노래냐 조각품이냐 냄비집게냐 만화책이냐 등을 의미한다. 3단계는 작풍이다. 이는 예술의 “유파”, 스타일의 어휘와 표현방식, 소재, 작품이 속하는 장르와 같은 것을 말하며 작품 하나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도 있다. 4단계는 구조로 모든 것을 합쳐내는 작업이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어떻게 배열하고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을 말한다. 5단계는 기술로 작품을 실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과 실제적인 지식, 창안, 문제 해결 방법 따위를 동원하여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다. 6단계는 겉모습으로 작품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다.

이 6단계가 바로 예술의 경지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와 같이 만화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만화가 좋아서 만화가를 결심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이 선망하는 어느 작가의 그림을 모사하며 실력을 쌓아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저 비슷해 보일지라도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흉내 이상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어떤 사람은 만화가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내내 기량을 닦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겉모습도 괜찮고 기술도 뛰어나다. 물론 이 사람은 작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저 보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만화 작법과 이야기 서술과 같은 것을 계속해서 연구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도안과 글쓰기 이전의 만화 전체를 읽어내는 능력을 얻게 되면 이제 4단계인 구조까지 도달한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 구조단계에 까지 왔음에도 무언가 허전함을 느껴 그것을 찾기 시작한다. 탄탄한 구조를 구사하는 작가가 자기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 사람은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3단계인 작풍에 도달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예술가로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삶을이야기 하려는 사람들은 1단계의 발상단계로 들어가고 그렇지 않고 예술 그 자체를 이야기 하려는 사람들은 2단계인 형식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얘기가 좀 장황해 졌지만 창작은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6단계가 모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서비스 기획자의 경우 시장에서 좀 떳다 싶은 것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은 6단계 겉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디테일이 약해 서비스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기술적으로 다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5단계 기술에 해당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있다고 해서 남의 것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 시작 부터 수익까지 모두 눈에 보이는 단계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4단계인 구조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남들과 비슷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3단계인 작풍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서비스라고 생각되고 이를 따라하는 사람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며 서비스 자체를 연구하여 체계화하는 학술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진정 인간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도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일상이 되어버린 이러한 시기에 어느 분야에서건 창의성이 요구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건 1단계, 2단계 까지 나가볼 생각으로 자신의 일을 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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