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 때 한국이 IT강국이라며 자화자찬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 자부심은 세계에 얼마 없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보유한 국가라는 데서 나온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인프라를 통해 한국은 지금의 다음, 네이버, 싸이월드와 같은 굵직한 벤처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그리고 그정도로 IT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우리가 IT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것은 확실하다. 거북이와 경주한 토끼처럼 우리는 빨리 시작했지만 경쟁자에게 추월을 당하고 있다. 지금 IT의 강국이라고 하면 주저 없이 미국을 꼽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의 화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컨텐츠를 향유하며 그들이 설정한 아젠다 속에서 사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이 IT강국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 그리고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양과 질에서 찾고자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아이디어의 생태계가 활성화 되어 더욱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고 이 중 좋은 아이디어가 비즈니스화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전에 좋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의 양에 비례하여 나타난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같은 방식으로 좋은 서비스도 그 수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서비스를 많이 보유하는 국가가 결국 IT강국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결국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래알 같이 수많은 아이디어가 창업을 통해 비즈니스화 되고 이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구글이 나오고 페이스북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서비스를 보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트위터 같은 서비스도 나오게 되고 이들 나름의 생태계를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발생하고 창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창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깨알같이 알찬 기업이 창업하기엔 그 환경이 너무도 척박하다. 짧은 생각이지만 세 가지 정도가 걸림돌이라 생각이 든다.


첫째,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실패는 곧 패배로 여기는 풍조이다. 미국에서 소셜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징가( http://www.zynga.com )의 CEO인 마크 핀커스는 같은 투자 회사에서 여러 번에 걸쳐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징가는 5번째 투자를 받은 회사인데 이번에야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실패를 중요한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실패를 한 사람일 수록 성공에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루저 혹은 사기꾼으로 낙인찍히고 재기하는데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패를 중요한 자산으로 가질 수도 없을 뿐더러 아예 겁이 나서 시작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창업을 막는 심리적인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둘째, 자체 시장이 너무 작다. 예전에 어느 세미나에서 런파이프의 대표이신 이동형 사장님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시골에서는 가게 하나에서 모든 것을 다 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포털들이 이것 저것 다 끌어다 자기네 품안에 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작은 시장에서는 규모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맞는 말인듯 하다. 간혹 신문에서는 대기업이 작은 기업과의 마찰, 벤처와 포털과의 마찰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규모의 경제에서는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하지 않으면 그 덩치를 유지할 수 없고 덩치에서 밀리면 다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참 힘든 시장인 셈이다.

여기서 선택은 두가지 이다. 규모의 경제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다른 시장을 보거나. 다시 말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포털에 파는 방법을 생각하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외국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욱 긍정적으로 보인다. 앱스토어 등으로 예전에 비해 외국시장으로 진출하는 비용은 상당히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투자 방식의 문제이다. 사실 투자 시장을 잘 모르고 얘기하는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투자 패턴은 대출하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정 기업에 투자를 하는 일련의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이 기업을 통해 투자의 성과를 얻는 식이 아닌가 싶다. 흔히 창업했다가 망하면 빛더미에 앉는다고 한다. 이것은 혹시 투자 패턴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방식을 에이전트가 연예인 키우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획사에서는 유망주들을 선발하여 동시에 키워낸다. 그리고 그 중에 소위 뜨는 유망주를 통해 수익을 얻고 뜨지 못한 유망주에 대한 손실도 보전한다. 물론 이 방식은 연예지망생들에게는 10년계약 등으로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 10년 계약이라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 창업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각각 생각들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한국이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규모의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시리라 생각된다. 아무런 구애없이 아이디어를 설파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뜻을 모아 세계로 나가는 나라, 한국이 이런나라가 되고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피가 끓는듯 하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cilavinka.tistory.com BlogIcon Aptunus 특히 첫번째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가장 큰 공감대를 가집니다. 한국사회는 실리콘벨리를 부러워 하면서도 아무도 실리콘 벨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실리콘벨리가 아닌 곳의 기업인들은 자기 밥그릇 빼길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죠.

    단순히 이러한 문제를 한국사회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측면 뿐만이 아니라, 상생을 통한 파이키우기 라는 개념부족 혹은 그릇이 작다고 말하고 싶군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010.02.19 14:2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kinlife.tistory.com BlogIcon wildfree 이렇게 좋은 글이 왜 베스트가 되지 못하는지!!!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0.02.20 01:16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naver.com/mips777.do BlogIcon 두르두르 너무 잘읽었습니다. 창업에 대해 생각하고 창업동아리 활동하는 학생으로써 이와 같은 기사에 관심이 가져 지는데요.(학과도 IT쪽임) 제 생각에도 기업은 투자를 받아서 할때 실패할 경우 빛더미에 앉는다는 것에 크게 잘못됬다 생각이 듭니다. 밑에 글중에 연예인들 에게 투자하는 방식을 적으셨는데 너무 공감이 가고, 또한 기업이 10년동안 노예계약 된다듯이 한다곤 하지만 10년 주기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10년동안 기업이 한분야에 도전하고 도전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되고 같이 성장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적어 놓으신 글을 참조한 것이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글을써본 겁니다 .^^ 2010.05.09 11:44 신고
  • 프로필사진 pdimm 글이 너무좋습니다 최고예요!!!
    한국의 지도층은 이것을보고 반성을 해야합니다
    2010.05.09 12:3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요즘 사정이 있어 글을 못올리고 있었는데 모르는 사이 성원을 해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2010.05.11 10:02 신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