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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성공으로 한국에서는 정부까지 나서 스티브 잡스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키운다고 키워지고 배운다고 배워질까 하는 의문은 계속해서 남는다. 스티브잡스는 특별한 계획에 의해 관리되고 키워진 인재는 당연히 아니고 그와 비슷한 캐릭터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까? 스티브 잡스는 외계인, 혹은 돌연변이 라고 한쪽에 치워놓고 없는셈 치는 것이 옳을까? 이러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인류에 큰 영향을 준 인물에 대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는 아마 몇 백년 이후에도 우리 어린 시절 에디슨이 주었던 그런 느낌과 영향을 주게 될 것이 확실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위대한 사람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는 것도 후세들에게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서비스를 하나 기획하고 있다. 아이폰의 충격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기에 서비스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잡스의 제품을 보는 관점을 한마디로 얘기하라면 결국 UX(User Experience)이다. 잡스는 아주 심플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제품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행위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어떠한 껄끄러움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데 몰입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것이 바로 제품인 셈이다.



From Flickr by tsevis

예를 들어 길에서 트위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단말기를 고민해야 한다. 입력장치, 화면, 그리고 네트워크까지. 네트워크를 고민하다보면 WiFi, 3G등등을 생각하고 요금을 생각하게 되면 머리가 아파진다. 그래서 결국 트위터는 집에서 해야한다고 마음 먹는다. 여우가 ‘이 포도는 실거야’라는 이솝우화를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전화기에 가상키보드를 달고 앱을 설치할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통신사와 협의하여 비용을 나누어 정산하는 방식으로 아이폰을 개발하자 사람들은 아무 고민없이 트위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폰은 편한것, 재미있는 것, 투자 가치가 충분한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종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용상의 껄끄러움을 모조리 처리한 것이다. 마치 아이가 문턱에서 자꾸 넘어질까 싶어 대패로 문턱을 미는 아빠의 심정처럼 말이다.

이러한 잡스의 철학, 방법, 방식은 블로그, 책, 신문 기사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알려진 것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을 체계화하여 지식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잡스를 연구하고 이를 따라서 배우라고 한다. 그러면 수천명의 잡스가 나오고 수백개의 애플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는 것(知)이 전부일까?

나는 IT로 사회경력을 시작했고 대부분의 경력을 성능관리에 집중했다. 이 성능 관리는 Oracle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시작하였고 나중에 Java로 영역을 넓혔다. 이는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와 동행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나의 회사도 이런 일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사용자 교육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회사의 경험지식을 연구하여 고객에게 성능에 악영향을 주는 케이스와 이를 회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이 유능한 교육인력 중 한 사람에게 언젠가 자바 코딩을 시켜본 일이 있다. 이 친구는 실무 경험이 없이 교육에 집중한 사람이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자신이 몇 년 동안 얘기한 것은 다 까먹고 가장 나쁜 케이스로 코딩을 한 것이다. 물론 자바에 대한 경험이 없어 배워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이 친구도 물론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피해나가기는 너무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 사람이 소위 말하는 기술력(技)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의 지식을 혼합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은 충분한 지식과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기술은 그러하지 못하다. 기술은 끊임없는 시도 속에서 조금씩 키워진다. 다시말해 지식과는 달리 기술은 실패의 산물인 셈이다. 내가 잡스와 같은 UX를 구사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잡스, 애플과 같은 실패 경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둘이 합쳐져야 그런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잡스를 키운다는데 이러한 실패 비용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 오바마가 칭찬해 마지 않는 주입식 교육을 여기에도 적용해서 재미를 보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나는 실패라는 과정 속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점점 UX에서 기술로 시각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


PS) 글을 쓰고 보니 지(知)와 기(技)에 UX를 향한 꺾이지 않는 신념(信)도 추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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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cilavinka.tistory.com BlogIcon Aptunus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잡스를 부러워 하면서 사회 구조적 기반을 개혁하기 보단, 돈을 들여 해보겠다는 그런 삽질적 발상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2010.03.04 20:4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ocore.tistory.com BlogIcon 막달리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폰은 애플이 지난 30년간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산업에 끝임없이 투자한것들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잡스를 키운다... 재미난 말인듯 싶습니다.
    2010.03.17 2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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