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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관련 세미나를 참석하면 항상 정원 그림이 등장한다. 이것을 소개하는 말은 바로 Walled Garden으로 갈라파고스라는 단어와 함께 폐쇄를 상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얘기할 때 이 Walled Garden이 등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통신 시장이 너무도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신회사가 가지고 들어와야만 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고 세계인이 스마트폰을 경험하고 있을 때도 우리는 남의 일인양 쳐다보기만 했어야만 했다. 그 이유는 바로 통신 회사가 스마트폰은 본격적으로 들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스마트폰이 출시되긴 했지만 아이폰만큼 UX나 조건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저 구색만 갖출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에 대해 폐쇄적이라고 하는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장르를 개척한 것은 바로 아이폰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개방, 오픈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사실 아이폰이 한국에서 출시되어 이동통신 환경이 바뀌는 것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이러니 투성이이다. 일단 폐쇄성으로 유명한 아이폰이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의 개방을 이끌었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이다. 아이폰의 기능, 인기 등도 한 몫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아이폰의 폐쇄적인 방침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애플을 두고 폐쇄적이라고 질타하는 이통사들의 반응도 아이러니이다.


From Flickr by Law_Kevin

아이폰의 예상을 웃도는 성공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서 만든 개방형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기존의 여러 휴대전화 업체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러니는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이통사는 폐쇄적으로 출시할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겨우 하나의 기종으로 출시된 상태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기우에 가깝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통사가 애플을 가리켜 폐쇄적이라고 한 것은 적어도 사용자 관점은 아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폐쇄적이라고 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통사가 핸드폰을 유통할 때 자신들의 방침대로 가격과 스펙을 정하는 것이 기존의 상례였지만 아이폰의 경우 보조금부터가 그렇지 못했다. 애플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이통사가 질타하는 폐쇄성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이폰이 여기서 양보했다면 과연 소비자 관점에서의 개방, 오픈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이통사의 오픈개념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보조금 정책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3G와 WiFi에 대한 선택 등도 이통사가 유리한 대로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단말기 업체와의 협상도 아주 유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형 플랫폼이 더 폐쇄적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개방, 폐쇄라는 단어가 표현은 같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의 개방성은 과연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앱의 자유로운 설치만을 두고 개방이라 할 수 있나?

사실 이점에 있어 폐쇄, 개방이라는 단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폰이 우리를 깨우친 것은 비단 길에서 인터넷을 쉽게하고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폰을 통해 UX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하고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인든 말이다.

다시말해 서비스의 폐쇄, 개방이 무조건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폐쇄한다는 것은 결국 공급자의 이득을 위한 것이고 공급자의 생존을 위해 어느정도의 폐쇄는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폐쇄를 흑백논리로 따져 무조건 나쁜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이 폐쇄가 나쁜 것이 되는 시점은 바로 사용자,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게 될 때이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득을 주거나 큰 불편이 없다면 그 폐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소비자의 사용을 제한 받거나 기능상의 불편함 제약이 따르게 될 때는 문제가 된다. 이기적인, 상업적인 폐쇄이고 소비자의 권익을 볼모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아이폰의 경우 폐쇄적이라고 이통사는 울부짓지만 사용자는 과연 그 폐쇄적인 특성때문에 불편한지 생각해 보자. 오히려 이통사가 개방적이라 얘기하는 다른 스마트폰은 어떤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내용은 상반되어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폐쇄, 개방인지 잘 따져보자.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권익이 우선되는 폐쇄는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개방에 비해 훨씬 낫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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