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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입학식을 지켜 보았다.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녀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는 부모들의 윽박지름 등을 보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예전부터 자식을 낳으면 이렇게 키워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 그래서 입학식 전날 아들과 함께 잠자리에 누워 아들에게 했던 말도 “네가 공부가 싫어서 안해도 난 뭐라 하지 않겠지만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거야”라는 것이었다.


From Flickr by Éole

내가 고등학교 때 일이다. 시험 문제로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의 싯구가 어떤 의미인 것 같으냐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나는 정말로 시를 받아들인대로 선택을 하였지만 답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 시를 몇 번이나 읽고 다시 생각을 해 보아도 이것이 아닐 수는 없었다. 문제의 답이, 그리고 점수가 어떻든 나에게는 그게 답이었다. 시인이 나에게 말하려 하는 것이 그것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국어선생님에게 항변하였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다. 우리가 국어를 배우는 것이 문학작품을 받아들이기 위한 학습이 아니겠느냐 이런 것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국어선생님은 교안을 보여주며 이게 맞다고 얘기하시면서 점수 1점 올리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애, 혹은 이상한 넘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국어 교과도 그냥 외울 것이 더럽게 많은 암기과목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나는 이게 이렇게 배울 수 밖에 없는 국어 교과에 대한 소극적인 복수였던 것 같다. 그 결과 나는 문과였는데도 국어점수는 수학점수보다 항상 낮았다. 국어는 항상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은 이런 나에게는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나는 교수님들에게 내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고등학교와는 반대였다. 아마 나는 약간 또라이 기질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얘기가 잠깐 다른데로 흘렀는데 이 와중에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누군가 문제와 답을 세트로 가지고 와서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것이 공부냐고 나에게 물어 본다면 나는 그 세트를 집어 던지고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공부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익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상을 많이 겪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을 겪기 위해 시간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험했던 그리고 이미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통찰을 빌려 자극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책을 쓴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 사람의 경험을 듣고 그 경험을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통찰을 넓혀 나가야 한다. 머리 속에 기회의 공간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 이렇게 자신의 그릇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또 이러한 꿈과 그릇은 자신의 행동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원래 거리가 좀 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책으로만은 부족하다. 책이라고 하는 것이 어차피 저자와의 소통이고 이것이 사람을 키운다고 하면 더 나은 소통도 사람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듣고 보고 양보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행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을 관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간 관계의 범위가 너무나 좁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갈 때 까지 자신의 교우관계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어도 이런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서는 편협이 커나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인간관계를 넓히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큰 규모의 자원봉사도 좋을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트위터에 @1215B 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인데 트위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이 친구는 어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인터넷 상에서 나누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친구는 참 좋아 보인다. 여러 방면의 사람들의 얘기도 들으며 견문을 넓히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영어를 쓰기로 맘만 먹는다면 트위터의 특성상 외국 사람들과 교분을 갖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이 친구는 글로벌 인재로 커나갈 확률이 크다.

이렇게 책과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 지고 자신의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가운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인생은 해야할 것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 가운데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자식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살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렇게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강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자신의 자녀에게 학원이다 과외다 하며 두뇌에 마구잡이로 이것 저것을 구겨 넣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행된다해도 나는 내가 가려는 길이 옳은지를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잘 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과 인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집에서도 책을 보며 사람을 만나고 트윗을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이 보다 쉬워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자식들도 따라서 책을 읽게 될 것이고 때가 되면 소셜한 네티즌도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책과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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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sungahn.lee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또한 관심 있는 분야라 더욱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트윗에서도 님의글 잘보고 있습니다~ 좋은하루 맞이하시길^^
    2010.03.10 09:52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감사합니다. 좀 쑥스럽네요.. 2010.03.10 11:0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cyworld.com/dha2580 BlogIcon 초콜릿블루스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들어왔는데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국어과목이 암기과목ㅋㅋ 저도 어릴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ㅋ 잘 읽고 갑니다~ 2010.05.09 03:23 신고
  • 프로필사진 나희^_^ 책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익힌다. 정말 와닿는 말이에요 ^_^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0.05.09 13:0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performeister.tistory.com BlogIcon novathinker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올리는 입장에서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을 볼때가 가장 보람찬것 같아요. 지금은 사정이 있어 잠시 글을 못올리는 상황이 되었지만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2010.05.11 10:01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naver.com/darkturtle BlogIcon 타락천사 mutex 관련해서 리뷰 하다가 우연히 방문했습니다.
    엑X분 다니시고 , Oracle 성능 분석 방법론 쓰신분인걸 알고
    깜놀했습니다.
    15개월 아들을 두구 있는 입장에서 많은 부분이 101% 공감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1.04.01 09: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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