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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현실...

필자의 군대시절 있었던 일이다. 나는 공군 레이더병이었고 우리 부대는 강원도의 어느 산 꼭대기에 있는 150명의 작은 부대였다. 내무반에는 12명 정도가 있었고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고참중에 노래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여가시간에는 그 사람이 기타를 잡고 애들을 불러 모으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중 나를 포함해 서너명은 이 고참이 주로 부르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근무조가 같아 시간도 맞았지만 메마른 군대생활 속에서 대중가요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괜찮은 일 중하나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이 고참이 제대를 할 때 우리 중에서는 한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우니 우리가 자주 부르던 노래를 CD로 만들어 나누어 갖자는 것이었다. 그맘때는 항상 그렇듯 이게 화제가 되면 가수로 데뷔도 된다는 둥, 큰 돈을 번다는 둥 상상의 나래도 활짝 펴졌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생명력을 갖게 되어 그 중 막내였던 나에게 그 다음 외출 때 이 CD제작의 방법, 비용을 알아보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데 이게 생각같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CD를 발매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난관이 있었던 것이다. 일단 녹음하는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문제 부터 CD제작에 따르는 비용까지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PC통신과 전화번호부만을 가지고 겨우겨우 찾아 CD 20장 제작에 들어가는 돈은 최저 100만원 정도... 귀대후 이 정보를 나눈 후 CD제작의 아이디어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처음에는 25만원 밖에 안드네 하던 사람들도 차츰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고 모여서 노래를 하던 것도 점점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후 2년..

제대를 하고나니 얼마 안될 무렵 조피디라는 사람이 PC통신을 달구며 주류 음악시장에 진입을 하게 되었고 MP3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2년 쯤 지나게 되니 MP3는 음악계를 뒤흔드는 저력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 와중에 사이버 음악제라는 것도 개최되어 성시경이라는 걸출한 가수도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출처 : http://www.cd-autorun.com/image/cd-medium.jpg, http://ask.nate.com/qna/view.html?n=6428781, http://thedreamers.tistory.com/108 )

그런데, PC통신, MP3, 인터넷을 자신들의 음악활동에 바탕을 이룬 조피디와 성시경을 보고도 나는 군대시절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음반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조피디와 성시경의 사례가 일반인인 내가 음반을 쉽게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가수의 꿈이 있었다면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냥 취미삼아 하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그리고 2009년 현재...

그러나 2009년 지금은 얘기가 아주 많이 다르다. 캠코더처럼 비디오와 오디오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는 장치가 보급되어 있다. 왠만한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에 동영상을 담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고 PC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방한가운데서 캠코더,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PC 중 한가지를 켜 놓고 같이 노래를 부르면 동영상이 하나 만들어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내가 군대생활을 하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때에도 가방보다 더 큰 비디오카메라가 있기는 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또한 만들어진 동영상을 편집하는 데도 그렇게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게 되었다. 오픈 소스 프로그램들이나 OS에서 제공하는 툴로도 나름 만족스런 영상물을 만들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유튜브에 올려서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CD로 만들지 않아도 손쉽게 여러 사람에게 공유가 가능하게 된다.

지금은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지만 1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같은 작업에 너무나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동영상을 만드는 제작 비용뿐만 아니라 배포 비용까지 예전에 비해 너무도 저렴해진 덕분이다. 그것은 여러 디지털 장비가 저렴해진 측면과 PC의 발달, 그리고 Web 2.0으로 대표되는 유튜브 같은 서비스 덕분이다. 여기에 덧붙이다면 롱테일로 표현되는 검색의 혁명까지..

만약 지금 군대생활을 하고 있고 같은 상황이 되면 우리는 외출일정과 장소만 맞추면 제작 및 배포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와 같이 추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일상화하고 있다. 음악활동을 하는 비용의 장애물이 제거되어 더 많은 음악활동이 촉진되고 있다.

웹2.0.. 문화의 다양성, 유튜브, 그리고 디지털 유목민인 나

또한 시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 음악시장에서 벗어난 시험적인 음악들도 대중들 앞에 낮은 비용으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모두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음악문화를 살찌게 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또한 어디 음악뿐이랴. 유튜브는 동영상매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상의 시험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것도 또한 문화의 다양성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이렇게 갈고 닦은 경험은 다시 문화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11월12일에 유튜브는 기존의 화질을 개선하여 HD화질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화질에 대한 불만을 잠식시키기 위한 유튜브의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화질을 좋게하는 서비스가 문화의 다양성을 가속화하거나 뭐 그런 효과를 내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HD기반의 장비가 늘어나는 요즘 자신이 만든 영상을 공유하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면 좋은 화질로 서비스 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10년전을 회상하게 된 것이 글을 남기게 된 동기이다.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디지털화의 경계를 20대에 뚫고 지나온 궤적이 드러나는 이러한 생각은 태어나면서 디지털을 접한 이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 사못 궁금해 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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